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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Jun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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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문발 Fly Screen Door
acrylic on PVC, coin, sticker, digital print, 2016





‘고급 현관 파리 문발’이라는 이름으로 한일상사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있다. 투명 PVC 필름으로 만들어진 이 문발은 파리의 점막식 눈의 구조를 노려 비닐에 크게 비친 본인의 모습이 천적인 줄 알고 놀라 달아나도록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걸어 놓은 투명한 비닐은 여러 각도로 공기를 가로 지르며 아래로 떨어진다. 대나무로 만든 발을 본뜬 대나무 무늬가 투명 필름에 찍혀져 있다. 이 대나무 숲은 현대판 파리지옥인가 보다. 윙윙 윙윙… 윙윙거리는 가운데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만 꼬인다.


실제로 파리의 눈은 수천 개의 낱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눈에 들어온 영상 정보가 취합돼 사물을 인식한다. 한 연구에서는 파리의 뇌에 전극을 넣고 낱눈의 신경세포가 전달하는 전기 신호를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영상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파리 눈 카메라’는 노출에 상관없이 렌즈에 들어온 모든 사물을 보여주기 때문에 감시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공군성은 항공 감시용 카메라를 위해 이 연구를 지원한다. 사방에 로봇 파리들이 꼬인다.


일본의 신생활운동 중 하나는 파리와 모기를 마을에서 퇴치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쥐잡기 운동이 있었다.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에서는 핵전쟁으로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이 파리떼가 된다. 서울 지하철은 스크린 도어 전면 설치로 철도 시설 안전에 매년 1조 이상을 투자한다고 광고하지만, 스크린 도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도시의 새들은 빌딩의 유리창에 부딪혀 해마다 사망률이 증가한다. 그리고 이제 유리는 PVC 필름처럼 물렁해졌다. 하늘과 땅이 뒤바뀌고 허리가 꼬인다.